[팩트인뉴스=김철우 기자]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을 늘리고 유전자 검사 분야를 확대하는 등의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논의가 2년째 지지부진하다.


당초 해당 논의는 올해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올해에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내년으로 미뤄졌다.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국민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어 정부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안전상비약’의 품목조정은 지난해 3월 ‘안전상비약 품목조정심의위원회’가 구성됐고, 지난 8월까지 6차례에 걸쳐 회의가 진행됐지만, 올해에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현재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된 품목은 해열진통제 5개, 감기약 2개, 소화제 4개, 파스 2개 등 총 13개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제산제, 지산제, 알레르기를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 화상연고 등을 상비의약품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8월 열린 6차 회의에서 위원회는 제산제와 지사제를 각각 하나씩 추가하는 대신 소비자가 많이 찾지 않는 소화제 2종을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약사계가 타이레놀 500mg도 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태다.


게다가 현재 선거를 치르고 있는 대한약사회 회장 후보들은 모두 안전상비약 확대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내년에도 품목 조정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는 수수방관 하지 말고, 판매 확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집행하길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내년께 7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일정조율 등의 문제로 아직 날짜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DTC 규제 완화, 시범사업 앞두고 ‘되돌이표’


소비자직접의뢰 유전자검사(DTC)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심지어 수차례 논의 끝에 규제 개선안을 도출하고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DTC는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 검사기관이 소비자에게 직접 의뢰받아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로, 2016년 7월 처음 허용됐다.


그동안 국내 DTC 산업이 규제개혁이 더뎌 신시장 조성에 애를 먹는 동안 미국, 일본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사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현재 탈모, 피부 노화 등 12가지 항목 46개 유전자만 검사 대상에 포함된 국내와는 달리 미국, 일본 등에서는 암·치매·희귀질환 등 질병 예측, 약물민감도 검사까지 허용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지속적인 규제완화 요구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의료계·산업계·학계 인사가 참여하는 DTC 협의체를 구성해 수차례 논의해왔다.


그 결과 12개 검사 항목을 150여 개로 대폭 늘리는 한편 검사 대상 유전자는 제한하지 않는다는 규제 개선안을 도출하고, 지난 4월 공청회까지 거쳤다.


해당 개선안은 대통령 소속 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하반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내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8월 열린 국생위에서 통과가 유보됐다.


이에 따라 올해 예정됐던 시범사업도 언제 다시 시작될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규제에 가로막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사이에 이미 다른 국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어 본사 이전까지 생각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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