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남세현 기자]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겨우 5천명에 그쳐 통계 작성 이후 역대 5번째로 취업자 증가수가 1만명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고용 대참사’인 것이다.


중요한 점은 앞서 취업자 증가폭이 1만명을 넘지 못한 시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특별한 사건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고용 쇼크의 원인은 외부적 요인이 아닌 ‘정책 실패’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5천명(0.0%)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0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이후 8년6개월만에 최저치이며, 취업자 증가폭이 1만명을 하회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역대 5번째다. 그야말로 ‘고용 대참사’인 것이다.


앞서 취업자 증가수가 1만명조차 기록하지 못한 네 번의 시기는 ▲1993년 3∼4월 글로벌 경기침체 ▲ 1998년 1월∼1999년 4월 외환위기 여파 ▲2003년 4∼10월 카드 대란 등 경제위기 ▲2008년 12월∼2010년 1월 미국발(發) 금융위기 등 모두 납득할만한 특정 사건이 선행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만한 특별한 사건을 겪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완전 고용’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고용 쇼크’를 겪고 있는 원인은 외부적 요인이 아닌 내부 정책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고용 지표는 별다른 외부 충격이 없는 만큼 정부발 고용재난”이라며 “사회간접자본(SOC)을 불순한 투자로 봐 건설 경기를 안 좋게 만들었고 갑질 프레임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탓에 일자리가 동반 감소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는 갑자기 한꺼번에 감소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올해의 고용 부진은 정부의 정책 외에는 별다른 요인이 없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일자리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마저 제기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라며 “자영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을 늦추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고용 대참사’라고 불릴 법한 고용 실적이 발표되자 휴일인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가 개최됐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언급되지 않은 채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결정만 내렸다. ‘고용 쇼크’를 세금으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무려 54조원이 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부터 고용 부진을 겪고 있어, 정부의 재정 투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재정 확대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으로 고용 쇼크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으로는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정청이 합심해도 유례 없는 고용 대참사를 이겨내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이를 두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의견을 달리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에 있어서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부처, 당과 협의해 개선 또는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이를 수정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장 실장은 김 부총리와 전혀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국민들이 정책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두달 단기간에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일부 개선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보아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성과를 낼 것으로 여기며 향후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두 경제수장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갈등하는 조짐을 보이자 여당이 재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김태년 정책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집행과정에서 미세하게 조정하거나 개선해야 될 상황이 생기면 조금 보완하겠다는 뜻으로만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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