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임준하 기자]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을 두고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편의점협회)와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약사회는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는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편의점 판매약 제도를 즉각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정부의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품목 교체 시도를 비롯해 법인 약국, 의료기관의 편법약국 개설, 면대약국 등과 관련한 업계의 다양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조찬휘 약사회장은 “현 정부가 진정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가, 과연 적폐는 청산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편의점 판매약 확대 등은 보건의료의 공공성과 의약품의 안전성, 건강할 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적폐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약사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같은 약이라도 약국에서 팔면 안전하고 편의점에서 팔면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약사회는 공신력을 담보하는 정부 기관의 자료가 있음에도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안전상비의약품의 부작용 위험성을 부풀려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지난 31일 편의점협회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고려대산학협력단 최상은 교수가 수행한 ‘안전상비약품 판매제도 시행 실태조사 연구’를 인용하며 약사회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편의점협회는 최 교수의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행 13개 품목인 안전상비의약품에서 발생한 부작용 건수는 극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시작된 2012년 공급량은 편의점이 약 194만개, 약국이 59만개였다. 이 가운데 의약품안전관리원에 접수된 부작용 보고 건수는 124건으로 부작용 발생률은 0.0048%에 그쳤다.


편의점 공급량이 약 1109만개로 늘어난 2013년에는 전체 약 1154만개 공급량에서 부작용 건수는 434건으로 늘었지만 부작용 발생률은 오히려 0.0037%로 낮아졌다. 2014년에는 0.0015%, 2015년은 0.0013%로 부작용 발생률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약사회가 편의점 판매 제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타이레놀(500mg)과 판콜에이의 부작용 발생률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타이레놀 부작용 발생률은 2013년 0.0024%, 2014년 0.002%, 2015년 0.0017%로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판콜에이의 부작용 발생률은 2013년 0.001%, 2014년에는 부작용 보고 건수가 없었고 2015년엔 0.0001% 였다.


편의점협회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로 부작용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약사회 주장은 사실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앞서 약사회 소속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타이레놀 편의점 판매 제외를 위한 청원을 올렸고, “편의점에서 무심코 사 먹는 타이레놀의 위험성 알고 드시나요?‘라는 문구를 내건 포스터를 제작는 등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의 위험성을 수차례 부각시켰다.


그러나 편의점협회는 “약사회의 주장과 행동은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공휴일에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등 편의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안전상비약 제도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주중 일평균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구매 고객 수는 약 5만1176명이다. 이 중 47.6%는 약국이 문을 닫는 오후 9시에서 다음날 오전 8시 사이에 안전상비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일요일과 공휴일의 일평균 안전상비의약품 구매 고객 수는 평일보다 66% 이상 많은 약 8만5199명이다.


편의점협회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약사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자신들의 무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의약품은 단 한 건의 부작용이 발생해도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약사회는 “의약품정책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편의점약 판매업소의 71.7%가 판매수량 제한 등 약사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편의점협회는 의약품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가맹점 자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최 교수가 진행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3.4%는 ‘부족하므로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2.9%는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해 많은 소비자들이 편의점 내 안전상비약 확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팩트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