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박길재 기자]삼성생명이 즉시연금(만기 환급형 또는 상속 연금형) 보험 상품 가입자 5만 5000여명에게 지급해야할 미지급 보험금이 금융감독원 권고안의 10% 미만으로 책정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생명 측에게 4300억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측이 이사회를 거쳐 지급하겠다고 결정한 금액은 370억원으로 10분의 1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인당 환급액으로 계산하면 금감원은 782만원이고, 삼성생명은 67만원으로 12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금감원과 삼섬생명의 미지급 보험금이 차이가 왜 이렇게 큰 것일까?


우선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4300억원으로 추정한 것은, 소비자에게 보험 가입 당시 제대로 알리지 않고 매달 보험금에서 뗀 공제액 전부를 환급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금 1억원을 이자율 연 5% 예금 상품에 넣어둘 경우, 이자가 복리로 불어나 10년 후에는 1억 6289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런 점 때문에 즉시연금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보험회사에서 불티나게 팔려왔다. 만기 환급형(상속형) 즉시연금은 처음 가입할 때 보험료 1억원을 한 번에 넣어두면 보험사가 매달 보험료를 굴려 얻은 이자를 가입자에게 지급하고 만기 때 최초 납부 보험료 1억원을 그대로 돌려준다. 가만히 있어도 최소 시중금리 수준으로 돈이 불어나는 만큼 그 증가분 일부를 가입자에게 연금처럼 지급하는 것이다.


문제점은 여기서 보험회사에 대한 중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즉시연금은 최초 보험료의 5~6%를 보험 설계사 수당·사망 보험금 산출에 필요한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떼고 나머지 금액을 운용하다가 만기 때 보험료 원금 전액을 돌려주는 것이다. 즉, 가입자가 처음 낸 보험료가 1억원이라면 이 같은 수당 600만원을 제외한 순보험료 9400만원을 굴리다가 만기에 원금 1억원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이 약관 상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돼 있다’고 적시했을 뿐 구체적인 산정 방법은 명시돼 있지 않았다며, 제했던 돈 총 430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가입자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한 금액은 370억원 이었다. 이사회를 통해서 가입 설계서 상 ‘최저 보증 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만큼만 미지급금을 환급하겠다고 의결한 것이다. 결국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셈이다.


즉시연금의 경우 월 이자는 순보험료에 보험자 자산 운용 이익률과 시장 금리를 평균한 공시 이율을 적용해 산출한 금액에서 다시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제외해 정한다. 더욱이 삼성생명은 시장 금리 하락으로 공시 이율이 많이 하락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이율을 보장하는 ‘최저 보증 이율’을 상품에 적용했다. 따라서 즉시연급 가입자에게 가입 당시 최저 보증 이율을 적용해서 “매달 최소 이 정도의 연금(이자)을 받을 수 있다”면서 예상 금액을 제시했었다.


이 같은 최저 보증 이자율은 가입자가 보험 기간을 유지한다고 가정해 뽑은 금액이다. 그러나 시장 금리가 최저 보증 이자율에 못 미치면서 공제액 규모가 확대되면서 예시액보다 실제 연근 지급액이 적어진다.


즉시연금은 공시 이율을 매달 새로 변경하면서 변경 시점의 이자율을 만기 때까지 계속 이어져도 가입자 원금 상환이 가능하도록 남은 가입 기간의 이자액을 산출한다. 이로인해 금리가 높을 때 많은 이자를 지급하다가 이후 금리가 곤두박질치면, 가입 당시 보험사가 제시한 최저 보증 이율을 적용해 예시금액보다 적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금액을 보험료 원금 상환 준비금으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삼성생명의 결정으로 인해서 집단분쟁 또는 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연맹은 “생명보험사에 즉시연금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를 모아 문제점을 분석하고,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타당할 경우 원고단을 결성해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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