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박길재 기자]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동통신 업체들이 요금제 개편을 통해 보편요금제 수준의 저렴한 요금제를 선제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통신비 인하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이로 인한 ‘출혈경쟁’ 심화로 통신 환경이 낙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 요금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기가바이트),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말한다.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 1위 업체에 보편요금제를 의무 적용시킨 후 이를 통해 다른 업체가 동참하도록 만들어 국민들에게 통신비 인하 효과를 주겠다는 복안이다.


보편요금제는 비싸게 책정돼있는 통신비를 낮춰 국민의 부담을 낮추려는 문재인 대통령 핵심 공약의 대안으로 제안됐으며, 이에 따라 도입을 관철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도 확고하다. 실제 보편요금제는 정부 법적 검토를 끝내고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정부의 생각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직접 2년마다 데이터 및 요금을 변경한다는 것에 대해 가장 반발하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경영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독소 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관련 협의체 의견을 기반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년에 한 번씩 보편요금제의 데이터 및 요금을 결정하는 식이다.


정부는 요금의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이는 사실상 정권 입맛에 따라 요금이 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통사는 정부의 결정에 따라 2년마다 요금제를 새로 개편해야 하고 장기 투자 계획 수립도 어려워진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안그래도 시장포화 상태에 따른 경쟁 심화로 수년째 수익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 도입에 따른 수익 감소 또한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SK텔레콤의 2015년 영업이익은 1조7,08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조5,356억원으로 감소했으며 KT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1조3,753억원으로 전년의 1조4,400억원 대비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익 규모가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서 과감한 망 투자가 어렵다는 한계를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의 수익이 감소함에 따라 5G와 같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 확대는 상대적으로 뒷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기업들이 5G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인프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통사, 요금제 개편 경쟁 뛰어들어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의 설자리를 좁히고자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 정부에 맞서고 있다.


처음으로 공세에 들어간 기업은 LG유플러스다. 올해 2월 LG유플러스는 국내 최초로 데이터 제공량과 속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았다.


8만원대(선택약정 할인율 적용시 6만원대)에 ‘데이터 무제한’에 월 40GB까지 가족은 물론,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KT가 새로 내놓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월 6만원대에 데이터 100GB를 제공한다. 비슷한 가격대의 요금제와 비교해 약 10가량 많은 데이터 양이다.


또, 300MB를 제공하던 3만원대의 요금제 데이터양도 1GB로 대폭 늘렸다. 선택약정할인율 25%를 적용하면 2만원대로 가격이 내려가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지 않았다.


이렇게 이통사들이 요금제 개편에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까지 우려하는 보편요금제의 도입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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