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이하연 기자]영화 ‘연애담’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현주 감독이 동성 성폭행 혐의로 앞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최근 이 감독의 억울하단 입장 표명에 피해자가 직접 정면 반박했다.


대법원, 동성 성폭행 혐의 인정…이현주 감독, “여전히 억울해”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이 감독이 동기 영화인 A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으로부터 제명, 퇴출됐고 여성영화인축제 부문상 수상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후 피해자 A씨는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미투 캠페인에 동참한다”면서 “2015년 봄, 동료이자 동기인 여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이 감독을 다시 지목했다.


이에 이 감독은 6일 입장문를 내고 사실상 동성애자 커밍아웃을 했다.


스스로를 동성애자라 소개한 이 감독은 “술에 취해 잠이 든 줄 알았던 피해자가 어느새 울기 시작하더니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오열했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A씨)는 자신의 고민을 내게 말했고, 피해자를 달래던 중 자연스레 성관계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입장문에 따르면 이 감독과 A씨는 2015년 4월 초 남성 3명과 술자리를 함께 가졌고 당시 만취한 A씨를 일행들이 인근 모텔에 데리고 갔다. 일행 부탁을 받은 이 감독이 A씨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특히 재판부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억울하단 입장을 내놨다. 여전히 자신은 무죄란 주장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감독은 “당시 제 의도나 생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처벌을 받고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여성이며, 동성애자고 이에 대한 영화를 찍은 입장에서 스스로 너무 괴로운 심경”이라면서 “많은 분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 감독의 입장문 발표 직후 피해자 A씨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남겨 정면 반박했다.


‘가해자 이현주의 심경고백 글을 읽고 쓰는 글’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A씨는 “한숨부터 나온다”며 말문을 열었다.


피해자, “길고 치졸한 변명 속 나에 대한 사죄 어디에?”


이어 A씨는 “그날 사건을 생각조차 하기 싫어 세세히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은 또 하게 된다”면서 “그런데 이쯤 되니 가해자는 변명하는 게 아닌 ‘정말로’ 내가 원해 놓고 뒤통수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는 또 “당신의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한 영화 팬들에 대한 사죄의 말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A씨는 이 감독이 입장문을 통해 밝힌 사건의 전말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가해자 글 중 사건 이후 ‘밥 먹고 차먹고 대화하고 잘 헤어졌는데 한 달 뒤에 갑자기 신고했다’는 내용은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그 통화 이후 두 차례 더 통화가 있었고 해당 통화는 모두 녹취돼 재판부에 증거로 넘겨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 두 번의 통화 내내 가해자는 내게 화를 내고 다그쳤으며 심지어 마지막 통화 후엔 동기를 통해 문자를 보내 ‘모텔비를 갚아라’고 까지 했다”면서 “한 달 후에 갑자기 신고한 게 아니라 사건 이후 약 한 달 동안 사과를 받기 위해 내가 먼저 두 차례나 더 전화를 했고 사과는커녕 내 잘못이라 탓하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몹쓸 짓을 당한 바로 그 여관이 당신 영화에 나왔던 그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을 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며 분노했다.


이런 가운데, 여론은 이 감독에게 불리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숙하라’는 취지의 글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 역시 앞선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이 감독 제명 조치 등과 함께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측의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절차도 시작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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