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씨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고(故) 장준하 선생의 무죄가 5일 확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지난달 24일 재심 선고에 대해 7일 이내 항소하지 않아 재심 판결이 확정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유상재)는 고 장준하 선생에 대한 재심 첫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1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유상재)는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64) 씨가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긴급조치 1호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유신헌법에도 위배되고,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적용한 법령이 위헌·무효이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무죄 선고 주문을 낭독한 후 별도로 사죄의 변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장 선생은 격변과 혼돈으로 얼룩진 한국현대사에서 조국광복과 반독재민주화투쟁, 사상계몽운동 등을 통해 나라의 근본과 민주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일생을 헌신하셨던 우리 민족의 큰 어른이자 스승이다”며 “고인에게 국가가 범한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공적으로 사죄를 구하고 잘못된 재판절차로 인해 고인에게 덧씌워졌던 인격적 불명예를 뒤늦게나마 명예롭게 복원시키는 매우 엄숙한 자리다.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고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 어언 37년의 유구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조금 더 빠른 시일 내에 잘못된 사법부의 지난 과오를 바로잡지 못한 점에 대하여 고인과 유가족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며 지난 2009년 6월 재심청구 후 3년이 넘도록 재판이 지체된 점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이 재심판결이 고인의 유가족들께도 명예를 회복하고 작게는 심적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은 지난 10일, 재심 청구 3년 만에 재심 개시가 결정된 뒤 처음으로 열린 재판이었다. 일반적인 형사재판은 선고까지 적어도 2번의 재판을 거치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첫 재판에서 선고까지 하는 ‘즉일선고’를 택했다. 앞서 검찰이 “2010년 긴급조치 1호가 위헌·무효라고 선언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무죄를 구형했기 때문이다.


재판 당시 아버지 대신 피고인석에 선 장남 장호권 씨는 재판부에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장씨는 “무죄를 선고한 재판장의 견해가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다. 이제라도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며 “아버지도 무죄 판결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실 것 같다”고 소회했다.


그는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국민이 아직까지 사법부에 기대고 신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장 선생을 시발점으로 과거 유신정권에서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많은 국민들에 대한 과오가 하나하나 껍질을 벗고 역사를 바로 세워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장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과 관련 “선친의 혐의가 법적으로는 무죄로 정리됐지만 무력적으로 피해를 입은데 대해 정리할 시간이 남았다”며 “앞으로 아버지의 의문사 진상규명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장준하 선생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는 사인 규명을 위한 개묘 작업을 진행중이다.


장씨는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에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역사를 정리하고 바로 세워 더이상 불행한 사태를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재판부의 판결이 국민들이 갈망하는 대통합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박근혜 당선인 측이) 국민의 모든 불행한 사태를 정리해주고 항상 강조하던 국민대통합을 정리하는데 협조하고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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