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중국 상고사> 펴낸 한동주 화백


▲ 한동주 화백 캐리커쳐
제 18대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 12월 18일, 일간지 만평을 담당했던 만화가 출신 한동주 화백이 자신의 역저로 남을 만한 <중국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중국 상고사> 책 세권을 내놓았다. 2000년에 처음 펜을 잡아 무려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이 책에서 그는 무슨 의미를 전하고 싶었을까. ‘문화일보’의 오랜 만평가로, ‘조선일보’와 ‘주간조선’의 카툰 작업 등으로 이미 정점에 선 그가 역사책 저술에 뛰어든 이유는 또 무엇일까.


십여년간 중국 정사를 토대로 국내외의 서적과 논문 등 300여 편의 자료를 검토하느라 ‘약’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한동주 화백을 8일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책에 담지 못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 역사가가 역사책을 다뤘다는 점에서 부정적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역사학자도 아닌 내가 이 일에 주저하지 않은 까닭은 단순하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상기하며 각성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비 역사가이기 때문에 제도와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아 기존 논리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논리를 펼칠 수 있다. 그래서 비교적 이해하기 편한 방식인 교육만화 형태로 내 뜻을 담았다. 다만, 단점이 될 수 있는 이론적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관련서적을 탐구하고 관계학자들과 논담해 십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 보듯 하거나 감정적 대응에 머무르는 것을 보면서 왜 그럴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또, 중국이 G2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동북공정 등 역사공정으로 패권주의의 서막을 드리우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중국의 힘이 어디에서 왔는지, 수천 년 동안 강대국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분단의 현실로 작금의 위축된 상황에 이른 것에 대한 ‘궁금증’을 ‘역사’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궁금증은 풀렸나.


상고사에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것이야 말로 우리와 중국의 역사적 시각차를 해소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열쇠라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의 위축된 역사적 자긍심 또한 상고사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중국이 역사적으로 소멸하지 않고 불멸강성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국토의 크기나 인구수가 아닌 중국의 ‘중화사상’, ‘한족’의 개념에서 그 연유를 찾았다.


-중국의 불명강성엔 ‘중화사상’이 있다?


우리가 중국을 바라볼 때 가장 크게 오해하는 것이 바로 ‘민족 개념’이다. 우리는 백의민족, 단일민족으로 우리를 표현하지만 중국의 민족 개념은 미국의 ‘시민권’과 유사하다. 즉, 인종과 민족을 불문하고 미합중국 안에서 시민의 규범을 갖춘 자라면 시민권이 주어지듯 중국 역시 중국이란 용광로 안에서 수많은 이민족이 용해돼 ‘한족’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등으로 구성된 ‘혼혈족’이 바로 중화민국대가정 틀 안의 한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동북공정을 비롯한 역사공정도 중국의 이같은 사상을 이해해야지만 실타래를 풀 수 있다고 본다.


-상고사 자료는 양이 많은 편이 아니다. 하상주의 시대를 3권의 역사서에 넣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귀중한 역사적 사료가 유실된 것이 태반이다. 그나마 편린 같은 역사의 파편들과 왜곡으로 덧칠된 사료를 통해 역사의 씨줄, 날줄을 엮어 가며 역사의 진실을 유추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중국의 정사가 흔히 25~26사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가 1차 번역본을 갖고 있는 것은 삼국지와 사마천의 사기뿐이다. 나머지 정사들은 하나도 돼 있지 않아 안타까움이 있다. 실제 중국 역사의 핵심인 고사성어의 경우 통사적인 의미가 정리돼 있지 않아 십여년의 준비작업 중 약 4년을 이 작업에 할애해야 했다.


-이 책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중국 역사공정의 급소를 찾았다. 다소 공격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나름의 역사공정도 세울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국민들이 단순히 교양만화 책으로 읽고 끝을 내는 것이 아니라 동북공정 더 나아가 불멸강성의 중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내 목표다.


5000년의 장구한 우리 역사는 안타깝게도 중국의 영향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시작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동이족이 포문을 열었지만, 역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잃으면서 우리 역사를 빼앗겼다. 더군다나 남북이 분단돼 정치적 논리에 역사가 갇힌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논리는 중국의 탄탄한 논리구조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향후 계획은.


중국통사교양만화 중에서 상고사 부분을 먼저 선보였다. 독자 여러분이 많이 봐주신다면 향후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까지 나올 준비가 돼 있다. 준비기간이 길었던 만큼 이들 책은 상고사보다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이며 현재로선 교육교재의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개발 계획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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