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혐오스럽지만 때로는 영민하고 귀엽기도 한 쥐.


십이지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동물이기도 한 ‘쥐’는 특히 과거와 현대 간 다른 문화상을 가지고 있다.

쥐는 영민과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지만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쥐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도 했다. 오히려 현대 대중매체에서 쥐는 다시금 똑똑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소개되기도 한다.

쥐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20년 경자년(庚子年), 흰 쥐의 해를 맞아 오는 3월 1일까지 ‘쥐구멍에 볕든 날’ 기획전을 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매해 십이지 동물 특별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물과 영상 등 60여 점의 자료를 바탕으로 쥐에 관한 생태와 상징, 문화상을 조망한다.

1부 ‘다산(多産)의 영민 한 동물’에서는 우리 민속 문화에 담긴 쥐가 ‘영민과 근면’,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됐으며 수백만 년 전부터 우리 선인들의 작품 소재가 돼왔음을 보여준다.

쥐는 십이지 첫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쥐가 곧 과거시절부터 지혜와 영민의 상징으로 통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통일신라와 조선후기전반에 걸쳐 많은 작품에서 쥐를 찾아볼 수 있었다.

통일신라의 ‘곱돌로 만든 쥐’와 ‘십이지 자신탁본’에는 얼굴은 쥐, 몸은 사람인 반인반수의 모습이, 조선후기의 휴대용 해시계 ‘앙부일구’와 나침반인 ‘윤도’의 정중앙에도 쥐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생존을 위해 자기 체중의 20%이상의 양을 먹어야 했던 쥐는 먹이 확보를 위해 항상 부지런히 움직였고 근면한 존재로 여겨지게 됐다.

20세기 초 민속화 ‘민들레 잎을 먹은 쥐’, ‘열매를 갉아 먹고 있는 쥐’ 작품은 부지런히 먹고 있는 쥐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울러 쥐는 임신기간이 20일 내외로 짧고 출산 후 단 몇 시간 후에 다시 임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이는 조선 후기 유물인 ‘쥐를 새긴 대나무 병(죽병)’에서도 엿보인다.

그러나 강한 번식력과 근면의 상징인 쥐는 끊임없이 책이나 가구 등의 물건을 갉아 먹었고 이는 쥐잡기 운동의 배경이 되었다.

20세기 중후반에 전국적으로 펼쳐진 쥐잡기 운동은 쥐를 불결하고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 각 가정에는 쥐약과 쥐덫이 있었으며 앞선 시기인 조선 후기 농서에서 중요한 내용만 추린 ‘증보산림경제초’에도 쥐를 잡는 방법이 실릴 정도로 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당시 사람들에게 쥐가 없애 버려야하는 존재로 기억되는 배경이 됐다.

전시장에는 당시 쥐잡이 운동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세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쥐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2부 ‘귀엽고 친근한 동물’에서는 쥐를 접하기 쉽지 않은 현대에 영특하고 민첩하면서도 작고 귀여운 이미지가 새로 투영된 쥐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 공간에는 톰과 제리 캐릭터가 그려진 도시락, 십이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 ‘요괴메카드’ 장난감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특히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 ‘요괴메카드’는 쥐의 이미지 변화상을 보여준다.

요괴메카드에서는 십이지 캐릭터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요괴들과 결투를 벌이며 쥐(놀쥐)는 귀엽고 친근한 존재로 그려진다.

전시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영상에서 아이들은 쥐를 “귀여워서 키우고 싶은” 친근한 동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형주 학예 연구사는 기획 의도에 대해 “민속박물관에서는 매년 띠 동물을 주제로 특별전은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쥐띠의 해이다. 평소에 관심을 잘 받지 못하는 쥐에 관한 문화상을 조명해 보고자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 관람 포인트로 세대간에 쥐에 대한 문화상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고민해봤다”면서 “과거에서부터 내려오는 우리 문화상과 다르게 현재 세대들에게 쥐가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조명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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