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 놓고 아전인수 해석

▲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과 삼성의 2차전에서 어느 쪽이 웃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검찰과 삼성이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양측은 행간의 의미를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며 향후 법정공방을 염두 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과 삼성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은 까닭은 법원이 밝힌 구속영장 기각 사유 때문이다.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재판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법원이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힐 때는 범죄 혐의의 소명이나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에 대한 판단을 담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삼성의 판정승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검찰의 수사에 대해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인정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18개월 동안 110여명에 대해 430여차례 소환조사를 벌이고 50여건의 달하는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 소환조사도 두 차례나 진행했다. 먼지털이식 조사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혐의 입증을 자신했던 검찰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다만 검찰의 해석은 다르다. 법원의 판단은 법률적으로 혐의가 소명됐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지닌 증거로도 기소가 가능하다고 본 것으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수사의 명분을 지켰고 동력을 유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영장 기각 이후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삼성 측은 검찰의 수사가 허술했다는 반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한 것은 말 그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실관계만 인정한 것으로, 피의자의 책임 유무 등 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검찰과 삼성 어느 쪽이 최후의 웃는 자가 될지 알 수 없다. 일단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대신 불구속 기소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언급한데다 이미 장시간 수사를 벌여온 터라 추가 수사를 벌이기엔 부담이 큰 탓이다. 재계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진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구속을 저지한 삼성은 내친 김에 불기소의 군불 때기에 나서고 있다.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한 작업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수사가 부실하다고 인정한 격이므로 기소도 필요없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2차전을 앞둔 앙측은 11일 예비전을 치른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다. 삼성 측은 사회 각계 시민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유리한 판단을 내려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권고는 강제력이 없는 만큼 검찰의 공소 유지에는 영향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허나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내리는데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다면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법조계 인사는 수사심의위는 사실 검찰이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이전과 달리 검찰이 소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재판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8번의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권고를 모두 따랐다.

 

이와 관련, 10일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검찰 시민위원 15인 선정을 완료했다. 이들은 부의심의위를 열고 사건 기록과 의견서만 보고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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