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최초’ 경쟁서 승리…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

 

5G 시대가 개막했다. 지난 3일 오후 11시 이동통신 3사가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경쟁사였던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보다 2시간 빨랐다. 정부와 이통 3사는 민관합동으로 5G 시대 개막을 자축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후 이통 3사는 지원금과 프로모션을 통해 5G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통화 품질과 속도 저하가 문제로 제기되는 등 논란도 적지 않다. 치열했던 세계 최초 5G 상용화 서비스 경쟁 비하인드 스토리와 상용화 이후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 <팩트인뉴스>가 짚어봤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3일 오후 11시 최초 5G 개통을 진행했다. 당초 예정이었던 5일보다 이틀 앞당겼다. 5G 최초 서비스 개시를 두고 경쟁을 벌였던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이 5G 개통을 4일로 앞당긴다는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 3사는 3일 밤 8시에 회의를 열고 상용화 개시 여부를 논의 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기자 브리핑에서 “4월 5일로 (디데이를) 잡았는데 느닷없이 버라이즌이 4일로 하루 당긴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정무적인 감각과 의사 결정이 필요했다”며 “통신 3사와 기업 모두 (미국에) 뺏길 수 없었다. 준비는 돼 있고, 사전 예약도 받아서 밤 11시에 오픈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통 3사 5G 상용화 개시…요금 경쟁 후끈
통화 품질‧속도 저하 등 졸속 개통 ‘부작용’


한-미 ‘세계최초’ 타이틀 경쟁

한국은 5G 최초 서비스 개시를 놓고 미국과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여왔다. 당초 정부는 3월 말 5G 상용화를 내걸었지만, 3월 중 출시 예정이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5G 단말기 출시가 연기되면서 일정이 꼬였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요금제 출시 전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SK텔레콤의 5G 전용 요금제도 반려됐다. SK텔레콤이 제시한 요금제가 대용량의 고가로만 구성돼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서다. 


반면,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당초 5월로 예정됐던 미국 내 5G 상용화를 4월 11일로 크게 앞당겼다. 버라이즌은 5G 전용 스마트폰 출시를 기다리는 대신 4G용 모토로라 모토 Z3에 5G 모뎀칩이 달린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 5G 모델의 한국 출시를 지난 5일로 앞당기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이에 버라이즌은 다시 5G 개통을 4일로 앞당겼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정부와 이통 3사가 3일 밤 11시에 조기 개통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를 놓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상용화시기를 앞당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유 장관은 “세계 최초가 최고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글로벌한 표준을 선도하는 역할은 분명히 있다”며 “지난해 2월 바르셀로나에서 3월에 한국이 상용화한다고 선언한 후 세계 표준과 관련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5G 기술의 85%가 국제표준에 채택됐다. 그 효과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통 3사, 고객 몰이 각축전

세계 최초 타이틀 덕분인지 이통 3사는 5G 고객 유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KT의 경우 상용화 개시 이후 일주일이 지난 11일 기준으로 5만명을 돌파했다. KT는 갤럭시S10 5G 가입건수가 일일 스마트폰 판매량의 5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LTE 초기 가입자 수가 5만을 돌파하기 까지 약 3주가 걸린 것과 비교하면 약 4배가량 빠른 속도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별도로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갤럭시S10 5G 판매량으로 유추했을 때, 5G 개통 고객은 일주일 만에 1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통 3사가 빠른 속도로 5G 가입자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공격적인 요금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KT는 5G 요금제에도 데이터를 속도와 데이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KT의 5G 슈퍼플랜 프리미엄·스페셜·베이직 요금제는 각각 13만원, 10만원, 8만원으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KT가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기존에 공개한 요금제를 변경했다. SK텔레콤은 6월 30일까지 5GX 플래티넘과 프라임 요금제를 가입한 고객들이 데이터·속도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한 무제한 프로모션을 가입일로부터 24개월 제공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도 기존 ‘5G 프리미엄’ 요금제를 무제한 요금제로 바꾸고 중저가 무제한 요금제인 ‘5G 스페셜’를 추가했다. 다만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6월말 까지 가입자로 대상을 한정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팩트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