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 모습

 

정부가 고공행진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미 분양을 앞둔 재건축 단지와는 달리 초기 재건축단지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부작용 때문에 분양가상한제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거라 판단해서다. 

 


은마‧잠실5‧올림픽선수촌 등 초기 재건축단지들은 분양을 앞둔 둔촌주공‧상아2차 등과 달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 단지는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하되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향후 시장 상황이 바뀌기를 천천히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사실상 서울 전 지역의 재건축단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게 됐다.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등 31개 지역의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는 공동주택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일정한 표준건축비와 택지비에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한 제도다. 그간 적용요건이 느슨해 민간아파트에는 적용된 사례가 없었다.

특히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을 ‘최초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일원화함에 따라,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주와 철거를 진행 중인 단지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둔촌주공이나 상아2차와 같이 이주‧철거가 완료되고 분양을 앞둔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10월 전 일반분양을 시작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설계변경을 해 일반분양분을 줄이는 방안가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재건축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 영향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시로부터 정비사업계획을 승인받은 뒤 입주까지 최소 6~8년은 걸리기 때문에 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은마‧잠실주공5‧올림픽선수기자초 등 초기 재건축단지는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하되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우리처럼 초기 재건축단지는 앞으로 시공사와 협의할 때 후분양제를 택하면서 가능하면 분양을 늦출 것”이라라며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사업을 계속 유지했다가 너도 나도 늦추면 공급이 부족해 분양가상한제가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대기수요가 계속 쌓일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커져 분양가상한제를 다음 정권까지 끌고 가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며 “예정대로 정비사업계획승인을 위한 시위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기자선수촌 단지 관계자도 “아직 안전진단을 받기 전 단계라 분양가상한제 적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2~3년만 지나도 공급이 부족해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우리 단지가 적용받기 전 분양가상한제는 폐지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재건축단지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부동산 분위기가 움츠려드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억7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발표 이후 호가가 현재 19억원까지 낮아졌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은마·잠실주공5단지 등 인기 재건축 아파트값은 발표 이후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초기 재건축단지의 호가가 떨어지면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분양가상한제로 공급이 줄어 향후 집값이 더욱 상승한 시점에 재건축에 들어가면 더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부동산 정책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초기 단계에서 가격이 조정되면 매수하는 건 의미가 있다”며 “다만 재건축 초기 시장은 팔았다 샀다 하는 게 아니라 장기투자 관점으로 진압해야 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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