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대자보와 반대 대자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게시판에 함께 붙어있다.

 

홍콩 시위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학가에서 이와 관련해 지지성명 대자보가 붙었지만 중국 유학생들 중심으로 이를 훼손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시민‧학생 간 한중갈등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특정 계열 시민단체와 일부 시민‧학생, 중국인 유학생 사이에 홍콩 시위를 둘러싼 마찰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에서 홍콩 시위 대자보를 두고 한중 학생이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인 학생이 부착한 홍콩 지지 대자보 위에 중국인 학생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게시물을 붙였다가 학생들 간 시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대와 연세대 대자보와 현수막 훼손과 관련해 고소‧고발도 있었다.

이 같은 갈등이 확산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19일 오전 교내 미허가 대자보를 철거했다. 한국외대는 “불미스러운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단체의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부착 및 관련 활동을 제한할 것을 안내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하게도 했다.

동국대와 경희대는 중국인 유학생회에 대학가 대자보와 관련한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고, 홍콩 시위 관련 주장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행위에 신중해달라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 주요 대학 다수는 홍콩 시위와 관련한 대학가 갈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사태를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등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안내하는 등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들 대학은 갈등 예방에 대해 “따로 공지하지 않았고 추후 조치와 관련해 내부 논의도 없었다”, “기존에 발생한 문제 이후 특별히 일어나는 갈등은 없다”,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는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자보를 훼손하는 일은 범죄인 만큼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관련 제도를 교육하는 등 선제적 활동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홍콩 문제에 대해 주장할 수는 있다. 다만 법 체계 안에서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와 한국의 문화, 규정이 달라 발생하는 마찰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유학생이라면 학교, 직장이라면 회사 등 가까운 곳에서부터 오해가 발생하지 않게 먼저 안내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팩트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