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대신 ‘꼼수’ 선택…이마트 노브랜드, 영세상인 안중에 없다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19-06-24 1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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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점 막히자 가맹점 전환…지역상인 “노브랜드 입점 No!”

 

한때 훈훈했던 노브랜드의 여론이 차갑게 식고 있다.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는 상생스토어로 한때 지역상인과 대기업 간 상생의 모범적인 사례로 찬사 받았지만, 최근 가맹사업에 진출하면서 오히려 비난 대상이 됐다. 여기에 한 식구인 이마트24 점주들까지 가세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어, 노브랜드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된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이마트가 말을 바꾼 탓이 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 중단을 선언하는가 하면, 당진에 직영인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를 출점하면서 수익 낼 생각이 없다며 지역상인들과의 상생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노브랜드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법에 막혀 직영점 출점에 차질이 빚어지자 가맹사업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지역상인과 상생협의가 필요한 직영점과 달리 가맹점은 규제대상이 아니다. ‘꼼수’ 출점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울산전주 등 곳곳에서 잡음상인들 집단행동 불사

이마트24 옆에 노브랜드제 식구도 내팽개친 황당 꼼수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2015년 ‘노브랜드 감자칩’을 시작으로 내놓은 자체 브랜드(PB)다. 캐나다 유통업체 ‘로블로(Loblaw)’의 PB인 ‘노 네임(No Name)’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를 없애고 가격을 낮춘다는 기본 콘셉트부터 시작해서 포장지 디자인까지 유사해 한때 ‘카피캣(잘 나가는 제품을 그래도 모방한 제품)’ 논란까지 일었지만, 기존 PB의 편견을 깬 가격 대 성능비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현재는 식품과 생활‧가전 등 1000여 가지 제품이 노브랜드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노브랜드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노브랜드 전문점은 2016년 용인시 1호점을 시작으로 3년 만에 210개로 늘었다. 관련 매출도 급증했다. 2015년 230억원에 불과했던 노브랜드 매출은 2017년에는 29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노브랜드 매출액이 8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상생법에 막힌 직영점...이마트가 택한 꼼수는?

승승장구하던 노브랜드지만 태생적인 약점이 있다. PB전문점이지만 일반 마트와 취급 품목이 거의 비슷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상 기존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입점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따라 지역 상인‧시만단체와 협의를 이어왔다. 지역 상인들은 주로 노브랜드의 취급 품목과 영업시간, 무료배달 여부 등에 대해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반발이 심한 일부 매장은 출점을 포기하기도 했다.

직영점 출점이 가로막히자 이마트는 가맹사업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상생법이 대기업 직영점과 개점비용 51%이상을 부담한 경우만 사업조정 대상으로 지정한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노브랜드 가맹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대기업 브랜드를 달았지만, 가맹점의 경우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과 달리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상생안 등 부가적인 부분을 따로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매장 확대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상생법 허점 노린 골목상권 침투

이마트가 가맹점 형태로 노브랜드 매장을 늘리자 지역상인과 시민단체는 “앞에서는 상생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노브랜드를 꼼수 출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 중소상인연합회와 시민사회단체 등 27개 단체가 모인 ‘노브랜드 출점저지 전국비대위’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마트의 탐욕이 극에 달했다”며 “이미 상생스토어를 앞세워 200여개가 넘는 노브랜드 직영점을 출점한 이마트가 이제는 노브랜드 가맹점까지 출점하며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노브랜드의 가맹점 출점은 상생법이 정한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협의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출점’”이라며 “현재 노브랜드 논란은 과거 바지 사장을 내세워 꼼수 출점했던 대기업 SSM 사례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이마트를 비롯해 롯데슈퍼, 홈플러스는 변종 SSM으로 가맹사업을 펼치면서 상생법의 규제 그물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다 정부의 규제 확대로 덜미가 잡힌 바 있다. 당시 꼼수출점 논란이 있던 점포들은 이후 모두 직영화됐다.

지역상인들은 노브랜드 가맹점이 꼼수출점인 만큼 이미 개설한 점포는 철수하고, 추가 출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국궐기대회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24 점주도 비난 가세

노브랜드 입점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상인 가운데 이마트24 점주들도 있다. 올해 초 노브랜드 제품을 이마트24에서 철수시키는 과정에서 이마트24 점주와 본사 간 갈등이 처음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전문점을 육성하기 위해 이마트24에서 팔던 노브랜드 제품을 진열대에서 빼고 대신 새 PB상품 ‘아임e’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점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데다가 ‘미끼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브랜드 매장이 근접 출점한 점주들은 막대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점주는 이마트가 근접 출점으로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맹사업법 12조의 제3항에는 ‘가맹본부는 가맹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1, 2심에서 법원은 “가맹계약 당사자는 이마트24일 뿐 이마트가 아니다”며 패소판결을 내렸다. 이마트 측도 이마트24와 노브랜드는 동일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이마트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꼼수’ 출점의 길을 열어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같은 제품을 팔아도 업종만 다르면 문제가 없다는 판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과연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제 식구까지 나 몰라라하는 모습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뉴시스)

 

팩트인뉴스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fac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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