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수사, SK케미칼‧애경 이어 환경부까지…‘유착 의혹’ 확산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19-06-17 1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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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출신 브로커와 기밀 누설 공무원…“수사할수록 가관이네”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재수사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관련 기업에 이어 주무부처인 환경부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재수사 중인 검찰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의 주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을 알고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유통한 혐의를 적용해 주요 임직원을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그 과정에서 가해 기업과 환경부 간 유착 정황을 포착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은 수천만을 주고 브로커를 고용해 수사를 무마하려 했고, 환경부 소속 공무원은 관련 기밀자료를 기업에 넘겼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환경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촉구하는 등 격앙된 모습이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에서 일찌감치 유해성이 입증돼 법적인 처벌을 받은 옥시와 달리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경우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가 중지됐던 이유가 기업과 환경부 간 유착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업은 브로커 고용해 수사 무마환경부 공무원은 기밀 자료 누설

지지부진 하던 가습기살균제 수사원인은 환경부-기업 간 유착 탓?

가해 기업과 환경부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것은 검찰이 관련 기업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환경부의 기밀이 담긴 문건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애경홀딩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환경부 내부 문건을 발견했다.

환경부 내부 문건이 가해 기업에?

해당 문건은 피해등급 산정 기준과 구제 내역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실에서 피해구제 업무를 담당한 A서기관이 가해 기업에 부처 기밀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A서기관은 2016년 출범한 가습기살균제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피해구제 대책반원으로 일했고, 올해 2월 피해구제 담당 과장으로 발령받았다. 검찰은 A서기관이 당시 피해구제 업무를 담당하면서 피해 구제기금·계정 신청자 목록, 피해등급 산정 기준과 같은 민감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가해 기업에 유출한 것으로 봤다.

A서기관이 과장으로 발령된 지 2개월 만인 지난 5월 환경부 산하 지방청으로 전보 조치된 사실도 논란이다. 이는 검찰의 재수사가 본격화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내부감찰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경부는 문제가 된 A서기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검찰은 조만간 A서기관을 불러들여 자료를 건넨 정황과,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환경부의 다른 관계자도 연루됐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수사 무마하려 보좌관 출신 브로커 동원
 

▲ 검찰이 지난 1월 15일 애경산업, SK케미칼, 이마트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가해 기업의 청탁으로 로비를 시도한 브로커의 존재가 확인된 점도 큰 충격이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B씨는 애경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관련 각종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B씨가 국회 보좌관 출신인 자신의 신분을 활용해 지난해 하반기 국회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등을 상대로 사태 무마를 위한 접촉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특조위는 특별법이 2017년 통과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와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앞서 특조위는 2018년 12월 11일 제22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1년간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해 직권조사하기로 의결했다.

검찰은 특조위가 가습기살균제 사태 직권조사를 의결했을 때 B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주목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에 이운규 애경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B씨가 국회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믿는 도끼 발등 찍힌 가습기피해자

가습기살균제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가해 기업이 브로커를 고용한 사실과, 주무부처 공무원이 기밀을 자료를 누출한 정황마저 나오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 재수사 자체가 환경부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CMIT와 MIT 유해성 여부를 인정하면서 시작된 터라 피해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조속히 환경부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넷은 특히 A서기관이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가습기살균제 대응 TF에서 일했던 시기에 주목했다. 가습기넷은 “이 시기는 옥시,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가해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 2018년 1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나온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면서 “이때 가습기메이트를 제조 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앞선 기업들과 다른 원료 물질인 CMIT-MIT로 만들어진 제품을 팔았고, 이 물질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해 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습기넷은 2016년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고발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소 중지된 바 있다.

가습기넷은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흉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미꾸라지 같이 빠져나가 처벌받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됐다”면서 “공무원의 이 같은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제2, 제3의 서기관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가습기넷은 ▲A서기관이 넘긴 기밀자료 내용 ▲금품 수수 ▲환경부 내 다른 관련자 존재 여부 등을 낱낱이 수사해 줄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검찰은 가해 기업과 환경부 간 유착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지난달 21일 “SK케미칼의 표시관리법 위반을 알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모임 ‘너나우리’도 공정위를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낼 계획이다. 공정위는 SK케미칼, 애경산업의 ‘인체무해’ 광고 등을 대상으로 2차 심의가 이뤄졌던 2016년 당시 무혐의 처분을 내려 기소 중지에 일조했다. 너나우리는 공정위가 공개를 거부한 해당 문건에 당시 석연찮은 심의절차종료 결정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이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게 유착의 결과든, 단순히 안이한 판단의 결과든 3년 만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팩트인뉴스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fac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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