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하이트진로, 오너리스크까지…“엎친 데 덮친 격”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19-05-27 09: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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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첫 재판서 혐의 부인…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 하이트진로 서초사옥과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하이트진로가 5월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6.45% 인상했다. 최근 오비맥주가 맥주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소주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소맥’ 한 병을 마시려면 만원을 내야한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하이트진로의 소주 가격 인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만년 2위인 맥주사업의 손실을 메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50~60%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던 하이트진로는 2012년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 카스에 1위를 내준 뒤 6년 만에 시장 점유율이 30% 안팎까지 내려왔다. 한때 80% 수준이던 맥주 공장 가동률도 30%대까지 낮아져, 지난해에는 공장 매각을 심각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절주문화의 확산으로 국내 주류 업계들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만회할 카드가 가격 인상 밖에 없지 않겠는냐는 것이 관련 업계 시각이다.

이처럼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 인상으로 서민 주머니를 털고 있는 가운데, 오너 3세인 박태영 부사장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등이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지난 10년간 조직적으로 박 부사장의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오너 3세 박 부사장 소유 회사에 43억 ‘통행세’
‘일감 몰아주기 법’에 발목 잡혀…불안한 다각화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는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이사, 박태영 부사장, 김창규 전 상무다. 이중 박 부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3세이다.

오너 일가 회사에 일감 몰아줬나? 

 

이 재판은 지난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진로를 부당내부거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와 박 부사장을 일감 몰아주기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취임 이후 첫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제재였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인 서영이앤티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는 일명 ‘통행세’ 방식 등으로 43억원 상당의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맥주 냉각기를 제조‧판매한 회사로, 하이트진로와 단순 거래사 중 한 곳이었으나 2008년 박 부사장에 의해 인수되면서 급성장했다. 2007년 142억원이던 매출 규모는 인수 직후인 2008년 622억원까지 올랐다.

서영이앤티의 지분 대부분을 오너 일가가 가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박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58.44%를 보유했고, 박 부사장의 동생 박재홍 서영이앤티 상무가 21.62%,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14.69%, 박 회장의 형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회장이 5.16%를 보유하는 등 오너일가의 지분 보유율이 99%가 넘는다.

박 부사장, 자회사 통해 그룹 2대 주주 등극

검찰은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하이트진로 경영권 승계 토대를 다졌다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맥주캔 구매 과정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재료를 구입했다. 소위 통행세 명목으로 1캔당 2원씩을 붙여 지원했다.

또 2013년부터는 협력사를 압박해 맥주캔 원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거쳐 납품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부터는 글라스락캡 거래에도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었다.

검찰은 이밖에도 서영이앤티 100%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정상가격보다 높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하이트진로가 하도급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한 의혹도 제기했다. 부당 지원으로 자본금을 확보한 서영이앤티는 이후 지분 증여, 기업구조 개편을 거쳐 하이트홀딩스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박 부사장은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것만으로 그룹 2대 주주에 오른 셈이다.

이날 법정에서 하이트진로 측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영이앤티 맥주캔 코일 및 뚜껑 등의 통행세 지원은 거래가격의 차이나 금액 및 마진 등이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해인사이트 관련 지원도 주식 매각 당시 감정평가 등을 거치는 등 내부거래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 정당한 가격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다음 공판은 7월 18일로 예정됐다. 내달 19일에는 공정위의 과징금 납부 명령에 대한 행정소송 재판도 예정돼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등 떠밀린 다각화…내부거래 줄이기 요원

재판도 재판이지만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서둘러 해소해야할 처지다. 서영이앤티는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과도 연관돼 있는 만큼 당국의 지속적인 감시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영이앤티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20% 밑으로 낮춰 규제를 벗어나거나, 내부거래의 규모와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이중 서영이앤티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방법뿐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탈피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선 상황이다. 2013년 이탈리아 프리미엄 오일&비니거 브랜드 올리타리아를 수입해 유통하는 사업에 뛰어드는가 하면, 2014년에는 키즈카페 업체인 ‘딸기가좋아’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과업체 몬델리즈 인터내셔널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종합식품 유통기업으로 변신을 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에 차지는 내부거래 비중을 크게 줄이지는 못했다. 지난해 서영이앤티 매출액은 745억8325만원으로, 이중 특수관계자를 통한 내부거래 매출은 199억6858만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26.8%에 달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면 내부거래 비중을 12% 이내로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박 부사장은 서영이앤티의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 눈길을 끈다. 회사의 규모가 커져 전문경영인을 통한 독립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지만, 검찰의 기소가 부담이 됐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네이버)

 

팩트인뉴스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fac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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