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장기 미제 사건이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특정하는 등 미제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화성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과 함께 국내 3대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이형호군 유괴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은 유괴사건 당시 범인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한 음성파일 변환 전문업체를 통해 디지털화를 완료했다.

경찰은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변환 작업을 요청했으나 해당 테이프가 오래돼 디지털화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번에 사설 전문업체를 통해 디지털화에 성공했다.

아울러 경찰은 예전 수사 기록과 수사 담당자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용의자로 특정할 만한 인물을 추려나가는 과정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상황과 달리)최신 기법도 있으니 여러 사안들을 종합해 수사하는 것”이라며 “다만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공소시효도 끝난 탓에 가제 수사를 할 수도 없다. (재수사가)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형호군 유괴 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과 함께 3대 미제 사건으로 불린다. 공소시효는 지난 2006년 만료됐지만, 경찰은 공소시효와는 무관하게 해당 사건을 계속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사의 주된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범죄 혐의가 있는 때에 증거를 수집해 범인을 발견하는 것이 경찰 수사 단계 제1의 목적이며 처벌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이형호군 유괴 사건은 1991년 1월 29일 오후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형호 군이 집 근처 놀이터에서 유괴된 사건이다. 당시 유괴범은 이군 가족에게 60차례에 걸쳐 협박전화를 하고 수천만원의 돈을 요구했다.

이 군은 유괴되고 43일이 지난 뒤 한강공원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괴범을 30대 전후의 남성으로 추정했으나 끝내 붙잡지 못했다.

이 사건은 영화 ‘그놈 목소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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