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우리나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해 수출규제를 발동하면서 우리 정부와 관련 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출 규제를 계기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스마트폰 등 OLED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공정용 레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불산) 등 3개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을 엄격하게 심사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규제는 오는 4일부터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첨단 소재 등 수출규제 대상 품목에 대해 수출절차 간소화 등 우대 조치를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허가 신청과 심사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에 수출 규제 대상이 된 레지스트와 에칭가스의 경우 일본 기업의 세계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해당 소재의 일본 수출 의존도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레지스트와 에칭가스가 각각 91.9%, 43.9%였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93.7%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국내 기업의 생산에 피해가 있겠지만, 그만큼 국내 소재업체들 국산화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칭가스는 국내에 솔브레인‧스텔라 같은 합작법인의 국내 생산라인이 있고, 폴리이미드의 경우도 SKC코오롱PI,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 국내 경쟁사가 있다.

D램 반도체 공정에 주로 사용하는 ‘KrF(불화크립톤) 레지스트’는 동진쎄미켐 등 국내 업체에서도 생산하고 있지만, 3D 낸드플래시에 주로 사용하는 ‘ArF(불화아르곤) 레지스트’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동진쎄미캠이 ArF도 일부 생산 중이지만 수입 물량을 대체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일본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가기는 어렵다”면서 “전면적인 수출금지가 아니라 절차를 강화하는 것인 만큼 당장의 피해는 제한적일 수도 있지만 한일 관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현실적으로 소재 국산화는 어렵다”며 “우리나라 반도체 수준이 상당히 높은데 그 수준에 맞출 부품이 순식간에 나오기 어려워, 지난 수십년 간 부품 국산화를 외쳤는데도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은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 기업이 중요한 파트너이므로 쉽게 이런 결정 안할 것이다’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 실장은“당장은 일부 재고가 있을 수 있지만 2~3개월 뒤에는 여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양 정부 간 빠른 해결 없이는 기업들의 제품 생산은 물론 경제 전체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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