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진행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 정시모집 비율을 상향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공정성을 이유로 대입제도를 흔들고 있다면 원성을 높이고 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에서 정시모집 비율 상향을 포함한 대입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고 나서 그간 정시비중 확대는 없다던 교육부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 개편안을 다음 달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학의 입학처장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개입개편안을 만들어서 하기로 했으면 지켜봐야 하는데 시행도 하기 전에 또 바꾸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하니까 사교육기관을 찾을 것”이라며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안정성도 공정성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수능위주전형 30% 이상 확대를 기조로 한 대입개편안을 마련한 바 있다. 다만 이를 강제하지 않고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비와 연계해 수능위주전형 30% 이상을 실시해야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식으로 자율성을 줬다.
교원단체들도 문 대통령 발언에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교총)은 “지난해 결정했던 수능위주전형 30% 이상 확대를 말씀하신 건지 아니면 그것을 뛰어넘는 걸 뜻하는건지 잘 모르겠다”며 “후자일 경우 설령 수능확대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정시 확대에 반대해 온 만큼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교육의 백년대계가 좌우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각 단체마다 난리가 난 상황이다. 단체별로 강력한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미시적인 입시공정성만 개선해서는 국민들이 가슴 아파하는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다”며 “특권 대물림 교육 문제를 중단하기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시확대를 주장해 온 학부모중심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원칙적으로 교육정책의 민감성과 안정성, 예측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정책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은 절차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늦게나마 정시확대를 바라는 민심에 응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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